1. 사랑, 그 씁쓸한 멜로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프랑수아즈 사강이 쓴 작품으로, 한 여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사랑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폴은 39세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연인이었던 시몽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몽은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며, 폴과의 관계를 가볍게 여깁니다. 시몽에게는 다른 여성들이 끊이지 않으며, 결혼을 약속하지도 않습니다. 이에 폴은 점점 외로움을 느끼고, 자신의 삶이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폴 앞에 나타난 인물은 25세의 젊은 법학도 로제입니다. 그는 폴에게 순수한 애정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다가옵니다. 시몽과의 애매한 관계에 지쳐 있던 폴은 로제의 다정함에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로제는 그녀에게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폴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게 만듭니다.
그러나 사랑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폴은 로제와 함께할 때 따뜻함을 느끼지만, 14세의 나이 차이와 현실적인 조건들이 그녀를 망설이게 합니다. 로제의 사랑은 진실되지만, 젊은 그가 자신의 곁에 영원히 머물 것이라는 확신이 없습니다. 폴은 과연 안정적이지만 공허한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불확실하지만 뜨거운 감정을 따라갈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2. 사랑과 현실
폴은 로제에게 끌리면서도, 동시에 시몽과의 오랜 관계를 쉽게 정리하지 못합니다. 그녀는 익숙한 관계에 안주하려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시몽은 여전히 그녀에게 헌신하지 않으며, 다른 여성들과 어울리는 태도를 바꾸지 않습니다.
로제는 폴이 자신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를 바라며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는 폴과 브람스의 음악을 함께 듣기를 원하며, 그 순간을 특별하게 여기지만, 폴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는 그녀가 로제와의 새로운 가능성을 끝까지 망설인다는 암시입니다.
결국 폴은 로제의 청혼을 거절하고, 다시 시몽의 곁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몽과의 관계는 여전히 변화가 없으며, 폴은 자신이 더 나은 미래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익숙함을 포기할 용기가 없었고, 변화를 두려워했기에 남아 있는 것뿐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삼각관계가 아니라,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여성의 심리를 깊이 탐구합니다. 사랑이 감정만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 아니면 현실적인 조건을 따져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폴은 결국 사랑을 선택하지 못한 채, 자신이 만든 틀 안에 갇혀버립니다.
3. 브람스의 음악처럼, 씁쓸한 여운
이 소설에서 브람스는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브람스의 음악은 열정적이지만 동시에 쓸쓸한 감성을 담고 있습니다. 마치 폴의 사랑처럼, 아름답지만 완전하지 않은 감정을 표현합니다. 로제는 브람스를 좋아한다고 말하며, 그 음악을 함께 듣자고 제안하지만, 폴은 끝내 거부합니다. 이는 그녀가 로제와 함께하는 새로운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암시이기도 합니다.
결국 폴은 시몽의 곁에 남지만, 그녀의 내면에는 여전히 공허함이 자리합니다. 사랑을 택할 용기를 내지 못한 그녀는, 익숙한 외로움을 다시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로제와 함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버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미 기회는 지나가 버렸고, 폴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사강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이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사랑은 감정만으로 지속되지 않으며, 때때로 현실적인 선택을 강요받기도 합니다. 폴은 자신의 안정적인 삶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포기했지만, 그 선택이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정말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폴의 선택은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것이 그녀가 선택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 현실은, 브람스의 선율처럼 달콤하면서도 아프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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